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양이를 구분짓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털 길이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한다.
1. 단모종 (Shorthair)
대부분의 고양이는 순혈통이든 아니든, 크기가 크든 작든 관계 없이 그들의 조상인 야생고양이처럼 단모종에 속한다. 이러한 짧은 털은 야생에서 사냥할 때 몰래 접근하여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는 포식자에게 적합할 뿐만 아니라 집고양이와 사람에게도 실용적이다. 사냥할 때는 짧은 털이 초목이 무성한 장소에서 방해받지 않고 조용하게 다닐 수 있고,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궁지에 빠졌을 때 번개같이 달려들 수 있어 더 유리하다. 이렇듯 단모종 고양이는 장모종보다 훨씬 독립적이고 행동이 민첩한데, 바로 그들의 체형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모종 고양이를 집고양이로 기를 경우 짧은 털 덕분에 털 손질은 거의 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기생충이나 상처가 잘 보이기 때문에 빨리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또한 털의 색깔과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체형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반면 털빠짐에 있어서는 털의 길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모종이라고 해도 털이 많이 빠지는 품종도 있으며, 특히 촘촘히 나 있는 솜털이 빠지는 시기라면 더욱 심하다. 오리엔탈 계열같은 단일 층의 털을 갖는 품종도 어느 정도의 털은 항상 빠진다.
단모종 고양이는 지금까지 다양하게 개량되어 왔지만 아메리칸 숏헤어, 브리티시 숏헤어, 오리엔탈 숏헤어 등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아메리칸과 브리티시 계열은 기본적으로 토착 집고양이와의 번식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개량된 것이다. 다부진 체격, 둥근 얼굴에 짧고 조밀한 이중으로 된 털을 갖는다.
샴과의 교배를 통해 유럽에서 탄생한 오리엔탈 계열은 이름과는 달리 동양과 관련이 거의 없다. 다리가 길고 날씬한 편이며 짧고 섬세하고 몸에 밀착되는 털을 가지고 있고 속털은 없다.
단모종의 극단적인 형태로는 헤어리스 계열이 있다. 스핑크스와 피터볼드를 포함한 이러한 품종은 완전히 털이 없는 무모가 아니라 대부분 스웨이드와 비슷한 감촉의 체모로 덮여 있다.
단모종의 또 다른 종류로는 곱슬곱슬하거나 웨이브가 있는 털을 가진 렉스 계열이 있으며, 가장 잘 알려진 품종으로는 데번 렉스와 코니시 렉스가 있다.
2. 장모종 (Longhair)
장모종은 단모종에 비해 털이 최대 10배 정도 긴 길이를 갖는데, 아마도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 위한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긴 털이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의 고양잇과 동물 중 장모종은 매우 드물며, 산악 지대처럼 고립된 영역에서 이러한 유전자가 고양이들에게 계승되면 장모종 개체군이 출현한다.
최초의 장모종 고양이는 1500년대에 터키 앙카라 지역에 출현한 앙고라다. 비단 같은 털과 날씬한 체형을 가진 이 터키 품종은 이후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1800년대에 새로운 유형의 장모종 페르시안이 나타나면서 관심을 빼앗겼다. 페르시안은 앙고라보다 탄탄한 몸, 더 굵고 긴 털과 거대한 꼬리, 둥근 얼굴을 가졌으며, 1800년대 말에는 고양이 애호가가 선택하는 대표적인 장모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한편, 앙고라는 재창조되어 모습을 드러낸 1960년대 전까지는 한동안 볼 수 없었다. 페르시안은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지만 1900년대가 되자 또 다른 장모종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털이 길면서도 페르시안만큼 빽빽하거나 폭신폭신하지는 않은 메인 쿤, 랙돌, 소말리 등의 중장모종이 여기에 포함된다.
장모종의 털은 부드러운 속털과, 그 속털을 덮고 있는 길고 거친 보호털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장모종 고양이는 일년 내내 털갈이를 하기 때문에 털이 잘 빠지며 특히 포근한 계절에는 털빠짐이 더 심하므로 입양을 생각하고 있다면 실내 곳곳에 털이 날릴 수 있음 미리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관리만 잘 한다면 화려하고 기품 있는 장모종 고양이의 매력을 매일 감상할 수 있다.
장모종 고양이 대부분은 꼼꼼하게 스스로 그루밍을 하는 편이지만, 사람이 빗으로 털 손질을 자주 해주어야 한다. 품종에 따라서는 매일 해줘야 하는 고양이도 있으며, 털 관리를 해주어야 빽빽한 속털이 뭉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빠지는 털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털 손질은 장모종 고양이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3. 중장모종 (Semi-longhair)
노르웨이숲 고양이와 같이 중장모종 고양이는 대부분은 야생 조상고양이의 한 종류이다. 반면에 랙돌이나 소말리 같은 다른 중장모 품종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다.
북미 태생의 메인 쿤은 가장 근사한 중장모종 중 하나다. 거대하고 매력적인 이 품종은 겉털의 길이가 제각각이라 덥수룩해 보이기도 한다. 메인 쿤과 비슷한 인기를 끄는 파란빛 눈의 랙돌도 몸집이 작은 편은 아니며, 아비시니안에게서 우아한 몸매를 물려받은 소말리는 솔 같은 꼬리를 가졌다. 장모종의 원조격인 앙고라 본래의 스타일에 더 가까운 발리니즈는 샴의 아름다운 중장모 버전으로, 몸에 밀착해 있는 비단 같은 털이 풍성하게 늘어져 있다.
다양한 품종 개량을 추구하는 브리더들이 장모종과 몇몇 특이한 단모종을 교배하면서, 귀가 말리거나 접힌 품종, 밥테일, 곱슬곱슬한 털을 가진 셀커크 렉스와 데번 렉스, 라펌 등이 풍성하게 긴 털을 가진 버전으로도 탄생했다.
각 품종마다 자라면서 다른 고양이들과 구분되는 특징적인 모습들이 있는데, 메인 쿤의 스라소니 같은 귀 장식털, 귓속에서 뻗어 나온 장식털, 앞다리까지 내려오는 가슴 부분의 러프처럼 공통된 특징도 있다. 주요 몸통 부분의 털은 조금 짧은 편이지만 뒷다리와 옆구리 털은 몸통의 털에 비해 조금 긴 편으로, 뒷다리는 마치 반바지를 입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발바닥 부분 발가락 사이에 종종 장식 털이 있으며, 깃털모양의 긴 꼬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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